#1.
국내 유명 유통 회사의 전략회의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CEO와 주요 임원이 사업계획을 점검하는 자리로
사업부, 마케팅, 재무 등이 지난 실적을 차례로 보고하는 한편 사업목표 달성을 위한 오랜 논의가 이루어졌다.
인사관리(HR)는 마지막 순서였다.
아쉽게도 현 인원이 몇 명이고 인건비 추이가 어떠하며 앞으로 몇 명을 채용할 거란 간략한 보고가 전부였다.
비즈니스를 위해 HR이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지는 찾기 어려웠다.
그래서였을까?
CEO를 포함한 대부분의 임원은 HR 이슈에 관심이 없어 보였고 별다른 논의없이 회의는 마무리 되었다.
#2.
HR이 전략 실행과 멀어진 이런 풍경은 다른 기업에서도 종종 발견된다.
'사람이 가장 중요한 자산이자 경쟁력이다'라고 강조하는데 실제 비즈니스 현장에서는 왜 이런 모습이 발생할까?
이는 HR 진화 과정과 관련이 있다.
HR의 진화는 전략 실행의 중심으로 나아가는 여정으로 볼 수 있다.
인사는 오랜 기간 동안 전략적 의사결정과 동떨어진 변방에 있었다.
심지어 전략과 무관한 기능으로 여겨진 시절도 있었다.
HR이 본격적으로 조직 내 기능으로 자리잡은 시기는 1940년대 후반으로, 이 시기에 인력(노동력)은 획득하기 쉬운 자원이었다.
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은 풍부했고 업무에 요구되는 요건도 복잡하지 않아 간단한 교육만으로 업무를 수행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특히, 미국과 유럽에서는 2차 세계 대전 후 군인 출신 인력이 노동시장에 대거 유입되면서
필요하면 얼마든지 역량을 갖춘 인력을 사용할 수 있었다.
(* Talentnomics: 9 way HR must adapt to find talent, Kelly, 2011)
당연히 HR 역할은 노동법 준수, 임금지불, 개인이력관리 등과 같은 효율적 행정처리에 맞춰졌다.
이 때를 HR 1.0 시기 (Transactional Period)라고 할 수 있다.
#3.
비즈니스가 확대되고 경영환경이 복잡해지면서,
HR 기능은 효율적 행정처리에서 노사관계, 평가보상, 교육훈련, 채용 등으로 확대되는 2.0시대(Transitional Period)로 접어들었다.
HR 2.0 진화의 핵심은 인사기능이 효율성에서 효과성으로 확장했다는 점이다.
직무는 체계적으로 구분되어 있는가? 공정한 평가를 위해 평가기준/프로세스는 적절한가?
보상은 평가결과와 잘 연계되어 있는가? 보상수준은 구성원을 동기부여 하기에 충분한가? 등이 이 시기 주요 질문이었다.
이러한 질문들이 HR의 효과성을 높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일상적이고 시간 소모적인 일에서 벗어나 어떻게 하면 가치 있는 인사 업무에 집중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하며,
경영의 중심으로 접근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여전히 비즈니스 실행에 의미있는 도움을 주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전략과 관련된 가치 있는 HR 의사결정은 여전히 상당 부분 과거의 관행, 직관, 벤치마킹에 의존했다.
Saratoga Institute 설립자인 잭 핏칭(Jac Fitz-enz)은 이런 모습을 빗대어,
HR은 오랜 기간 '파괴적 혁신'이 거의 없던 영역이라고 지적한다. (* 'the New HR Analytics', Jac Fitz-enz, 2010)
많은 경영 변화에도 HR은 일상적인 업무에 치여 또는 언제나 해오던 방식이 맞는다는 가정 하에 혁신을 꺼려왔다.
그로 인해 유행하는 인사제도나 운영방식을 활용해 HR만의 운영 효과를 개선하는데 힘을 쏟았다.
결국 HR은 1.0에서 2.0으로 진화했지만 여전히 경영의 핵심에서 그 역할을 온전히 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제 HR은 인사만의 효과성 향상에서 벗어나 비즈니스 실행의 중심에 서는 혁신을 모색해야 한다.
#4.
최근 들어 2.0의 한계를 넘어서는 HR 3.0 (Transformational Period) 물결이 강해지고 있다.
3.0 시기의 핵심 고민은 '어떻게 하면 HR이 사업 성공을 이끌고 기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까?'이다.
이를 위해 많은 기업들이 비즈니스에 필요한 인재를 정의하고 직원의 역량 향상을 고민하며 외부의 유능한 인재를 찾는데 힘을 쏟기 시작했다.
이러한 활동들은 '인적자원 니즈를 예상하고 이를 충족시키는 과정'이라는 전략적 인재관리(Strategy Talent Management)와 맥락을 같이한다.
일반적으로 인재관리란 '사업에 필요한 인재를 파악하고 이를 적시에 확보, 육성하여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제반 활동'을 말한다. ▶▶ 적재적소 인사관리, 왜 필요한가??
결국 인재관리는 전략실행 중심으로 나아가려는 HR 3.0 시기에 필수 요소라 말할 수 있다.
결국 3.0 환경에서 HR은 전략과 사업방향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인사적 측면에서 재해석(Strategic Decoding)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전략 변화 추이에 맞춘 능동적인 인사 운영이 중요하다.
우리 회사가 궁극적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비전과 전략은 무엇인가?
목표를 달성하고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핵심 프로세스와 역량을 갖추었는가?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인재는 누구인가?
우리 회사는 그러한 인재를 보유하고 있는가?
필요한 인재를 보유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가? 가 이 시기의 핵심 질문이다.
HR이 이런 선제적 움직임을 취하기 위해서는
경영자의 관점에서 '인적 요소'가 사업의 가치사슬(Value Chain) 단계에 어떻게 가치를 더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5.
인사담당자끼리 만나 인사 이슈를 이야기하면
주로 행정적인 처리나 효율적인 인사운영(HR 1.0)에 초점이 맞춰진다. (반드시 그렇지는 않지만)
반면, 인사담당자가가 사업부 직원과 인사 이슈를 이야기하면
노사관계, 고과평가, 교육훈련, 채용, 보상(HR 2.0) 등이 주요 주제가 된다.
이제 HR 3.0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서는 인사담당자는 사업부 직원들과 비즈니스 이야기를 해야 한다.
인사담당자들도 조직의 주요한 전략적 이슈에 푹 빠져야 한다.
조직 내 전략, 재무, 마케팅, 생산, 영업 등 다른 영역에서 더 넓게 비즈니스를 이해하고,
어떻게 각 기능들이 큰 그림 속에서 상호작용하는지 기존의 HR 영역을 벗어나 고민해야 한다.
그 동안 HR 1.0과 2.0을 고민 했지만 이제는 가치를 더해 HR 3.0을 생각해야 하는 시기이다.
그렇지 않으면 HR의 신뢰성은 떨어지고 기존의 관행 또는 누군가의 직관에 따라 사람을 운영하게 될 것이고,
이는 곧 기업 경쟁력 상실로 연결될 것이다.
컨퍼런스 보드(Conference Board)가 실시한 조사에서 전 세계 CEO들의 가장 큰 관심거리로
인적자원(Human Capital)이 지난 2년간(2013~2014) 1위를 차지했다. ▶▶ CEO의 주된 관심사는?
CEO가 '사람'에 대해 관심이 많다는 사실은 HR에게 반가운 일이다. 반면 CEO의 관심에 확실한 답을 해야 하는 숙제를 안은 셈이다.
'우리회사 구성원은, 그리고 HR부서는 비즈니스에 어떤 가치를 제공하는가?'
이제 그 답을 찾기 위해 HR 3.0 공간에 들어서야 한다.
인사를 아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비즈니스를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전략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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