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연예인이 널리 알려진 이름(가명) 대신 본인의 원래 이름으로 바꾸고 활동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새로운 장르 앨범에 도전하는데 기존 이름이 주는 선입견으로 좋은 노래가 훼손되는 걸 원치 않아 개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http://star.fnnews.com/news/index.html?no=308582)
이유야 어찌됐건 본인이 만족하고 노래에 대한 대중의 반응도 있으니 개명을 한 덕을 본 셈이라 하겠다.
#1
인사는 'HR (Human Resources, 인적자원관리)'이란 이름으로 통칭되고 있다.
인사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한다면 학술적 명칭이 뭐 그리 중요하겠냐 만은
본의 아니게 인사 분야는 지난 수 십 년간 어떤 이름을 쓸지 고민해 왔다.
'HR'이란 용어는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주로 Personnel Management나 Personnel Administration ('인사 행정' 정도로 풀이된다)의 이름을 사용하였다.
구성원과 관련된 행정적 업무가 주였던 당시 인사 기능은 사람을 '자원'으로 인식하기 보다는 '비용'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강했다. ▶ HR1.0
'자원'이라 단어는 인간 생활과 경제 활동에 사용되는 광물, 산림, 수산물 등을 통틀어 이르는 말로,
기업 입장에서 보자면 경영 활동을 위해 사용하는 원료 또는 그 정도의 가치가 있는 등가물을 의미한다.
초반에는 HR이란 용어가 널리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람은 기계나 광물처럼 과도하게 사용되거나 소모되는 존재가 아니며 필요가 없으면 처분해야 하는 대상도 아니기 때문에
일반적인 자원처럼 취급하면 안되다는 관점에서다.
#2.
당시 논쟁의 중심은 사람의 재무적, 경제적 가치였다.
사람은 경제적 관점으로 바라볼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경제적 가치를 지닐 때가 아니라 그 자체로 존엄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인본주의자들은 강조했다.
그러나 반대적 입장에서 사람도 경제적 가치를 지닌 '자산'이라는 생각도 있었다.
양측의 대립은 1990년대에 인적자산(Human Capital)이란 용어가 등장하면서 정리되기 시작했다.
'자산'은 개인이나 법인이 소유하고 있는 경제적 가치가 있는 유무형의 재산을 의미한다.
'인적자산' 용어가 등장한 배경 중 하나는 사람의 일과 성과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또는 측정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퍼지면서 이다.
이 시절부터 본격적으로 사람의 재무적, 경제적 가치를 발견하고 측정하는데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인적자원(Human Resources)'이냐 '인적자산(Human Capital)'이냐의 논쟁을 그리 치열하지 않았고,
명칭의 의미를 크게 구별하거나 따지지도 않았다.
오늘날, '인사 행정(Personnel Administration)'이란 용어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
간혹 인적자산이란 이름이 쓰이기도 하지만 인적자원(HR)이 인사관리 기능을 대표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이미 이 이름 속에는 사람의 내재적 가치든, 경제적 가치든 널리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큰 논쟁 거리는 없다.
#3.
인사의 '이름 붙이기' 논쟁이 오랜 기간 있었지만 과연 우리에게 남겨진 건 무엇일까?
이름 논쟁을 할 만큼의 가치가 있었는가?
이름의 변화로 인해 인사관리의 철학, 운영 방식, 가치는 바뀌었는가?
경영의 다른 기능에서는 명칭의 변화가 내재적 속성과 맥락을 같이 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경영정보 시스템(Management Information System)은 정보기술(Information Technology)로, 회계(Accounting)는 재무(Finance)로 구매(Purchase)는 조달(Procurement)로 그 속성이 바뀌었다.
제공하는 가치도 더 넓게 확장되었다.
인사도 그러한가?
인사가 기업과 경영에 진정한 가치를 또는 지금보다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이름 붙이기에 신경쓰기 보다는 우리의 고객(경영진, 직원)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인사행정…인적자원관리…인적자산관리…무엇이라 불리든
인사는 자신들이 제공한 서비스 수준에 상응하는 만족감을 경영진과 직원에게 주면 된다.
그들이 인사의 역할이 충실하다고 느끼고 가치를 인정하면 그만이다.
현실은 어떤가?
아쉽게도 기대하는 만큼 긍정적이지 않은 듯 하다.
여러 회사의 경영진과 구성원들을 만나 보았지만 자신들 회사의 인사 기능을 좋게 평가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심지어는 인사를 싫어하는 이유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한 글도 눈에 띈다.
(*Why We (Shouldn't) Hate HR, Harvard Business Rivew, 2010)
#4.
인사에 대한 관점은 개선되어야 하다.
서서히 변화하고 있다는 점은 참 다행스럽다.
변화의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사람의 가치와 인사 기능의 중요성을 경영자들이 깨닫기 시작했다.
그러나 경영자의 각성만으로는 부족하다.
해결책은 인사 안에 있다.
인사 스스로가 자신을 단순한 비용 통제 기능이라 아니라 수익 창출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중요 기능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이러한 생각이 HR 역할 변화(행동)로, HR 역할 변화는 긍정적 기업 문화(습관)로, 긍정적 기업문화는 회사의 경쟁력(운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장미는 자신을 무엇이라 부르든 그윽한 향기를 낸다.
이름이 주는 선입견 따위는 뒤로 하고 인사 자신만의 향기를 발산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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