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류 전형에 합격한 A씨는 자신의 면접 시간이 다가오기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
"A씨 들어오세요."
A씨는 면접장으로 들어가면서 '1분 자기소개' '기업의 인재상' 등 면접 기출문제에 대한 대답을 마지막으로 되뇌었다.
준비는 완벽했다. 면접관에게 큰 소리로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잠시 후 한 면접관의 질문을 받은 A씨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가 받은 질문은 "제주 출신이군요. 그럼 제주도에 10층 이상 건물이 몇 개 있는지 알겠네요?"였다.
면접관은 왜 이런 황당한(?) 질문을 던진 것일까?
자기소개, 봉사활동 경력, 회사에 지원한 이유 등의 평면적인 질문으로는 지원자의 능력을 모두 파악할 수 없다.
면접관은 지원자의 논리적 사고와 문제해결 능력을 검증하려고 다소 생뚱맞은 질문은 한다.
"보잉747 비행기에 야구공을 채우면 몇 개가 들어갈까" "서울시에 바퀴벌레는 몇 마리가 살고 있을까 "태평양 물의 양은 몇 리터일까" 등의 질문을 한다.
이러한 질문을 '페르미 추정'이라고 한다.
#2.
페르미 추정은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엔리코 페르미(1901~1954년)가 개발한 것으로,
어떠한 문제에 대해 기초적인 지식과 논리적 추론만으로 짧은 시간 안에 대략적인 근사치를 추정하는 방법이다
시카고 대학에서 물리학을 가르쳤던 페르미 교수는 학생들을 가르칠 때 사고훈련을 위해
"시카고에 피아노 조율사는 몇 명이나 될까?"와 같은 추정문제를 자주 냈다.
한번에 파악하기 힘든 수량에 대해서 '추정논법'을 사용해서 단기간에 대략적인 '어림수'를 산출해 보게 한 것이다.
그래서 일까 그가 가르쳤던 제자들 중에서도 많은 노벨상 수상자가 나왔다.
페르미 추정에 대한 유명한 에피소드로는 그가 미국에 망명한 후 참가한 원자폭탄 개발계획인 '맨해튼 계획'이 있다.
1945년 7월 뉴멕시코 주 앨라모고도의 사막에서 세계 최초로 핵실험이 이루어졌다.
이때, 사막에 설치된 베이스캠프에 있던 페르미는 미리 준비해 놓은 종이조각들을 핵폭발이 일어남과 동시에 공중에 자유낙하를 시켰다고 한다.
그리고 폭발의 충격파로 인해 이러 저리 날라 다니는 종이조각들의 움직임을 분석해서 실험에 사용된 핵폭탄의 폭발력을 추정했는데,
이후 실제로 측정한 폭발력의 규모와 상당히 일치해서 동료들을 놀라게 했다고 한다.
이처럼 단순화시킨 모델을 통해 실제 현상을 유추해내는 것이 페르미 추정의 핵심이다.
페르미는 계산 과정에 필요한 수식을 주변에 있던 봉투 뒷면에 대충 써내려 갔다고 한다.
그래서 페르미 추정은 봉투 윗면의 계산(Back of the envelope calculation)으로도 불린다.
#3.
빠르게 변화되고 엄청난 양으로 정보가 생산되는 오늘날의 경영환경에서는 책상에 차분히 앉아서 오랫동안 정보를 분석하면서 문제를 해결할 시간이 충분치 않다.
비록 그런 조건이 주어진다고 해도 해결방법이 완성된 시점에는 비즈니스의 기회가 이미 경쟁자에게 넘어가 버리기 십상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짧은 시간에 빠르면서도 적절한 해답을 추출해 낼 수 있는 사고 능력이 아주 중요하며, 이런 사고의 핵심기술 중의 하나가 바로 페르미 추정이다.
호소야 이사오는 현재 비즈니스 시장에 필요한 인재의 능력으로 지두력(地頭力)을 꼽았다.
지두력은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방대한 정보를 선별해 가치를 창출하는 사고력이 현재 비즈니스 시장에 필요한 인재의 능력"으로 이 역시도 페르미 추정이 근저에 깔려 있다.
각종 정보가 뒤섞인 상태에서 빠른 시간 내에 해답을 도출해야 하는 상황에서 특히 유용한 도구로 페르미 추정이 활용될 수 있다.
즉 곧바로 계산해보거나 측정할 엄두가 나지 않는 문제를 단순화시켜 모델링한 뒤 원래의 복잡한 문제로 되돌아가 모델링 결과를 적용하는 형태를 취하는 것이다.
초기부터 상세하게 정보를 수집하여 분석하고 실현가능성을 정밀하게 검증하려고 덤비는 것보다는, 처음에는 어느 정도의 수치를 어림셈하는 수준에서 시작하는 것이 효율성 면에서 뛰어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페르미 추정은 결과의 정확성보다는 어떠한 사고방식으로 해답을 도출해냈느냐 하는 '과정(해답산출 논리)'에 초점은 둔다.
#4.
페르미추정은 1)접근방식 설정 2)모델설정 3)어림계산(어림셈)실행 4)현실성 검증 순서로 진행된다.
'서울 시내에 바퀴벌레가 몇 마리 있을까"라는 문제를 예를 들자면,
쪼리퐁 한봉지에 들어 있는 과자 개수야 일일이 세면 된다지만 구석구석 숨어있고 바삐 움직이는 바퀴벌레는 일일이 센다는 건 말도 안되는 일이다.
이 문제를 빠르게 풀기 위해서는 첫 번째로, 문제를 풀 접근방식을 수립하고 가정을 설정해야 한다.
바퀴벌레 약과 바퀴벌레 수는 일정한 상관성이 있다고 가정한다면, 다음과 같은 모델을 수립할 수 있다.
[서울시내 바퀴벌레 수 = 바퀴벌레 한 통당 살충하는 바퀴벌레 수 x 서울에서 판매되는 년간 바퀴벌레 약]
다음은 접근방식은 어림잡아 세운 모델을 만들고 중요한 요소들에 해당하는 어림 숫자들을 추정하여 모델에 따라 어림 계산을 실행한다.
물론 모델의 정확성을 확인하기 위해 실제 자료 조사를 통해 현실과의 차이점을 비교해 보는 검증이 필요하다.
#5.
엄청난 양으로 쏟아져 나오는 정보의 홍수와 빠르게 변화되는 비즈니스 환경 속에서
신속하면서도 적절한 애널리틱스와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페르미 추정사고는 중요하게 요구되는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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