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많은데 정작 쓸만한 사람이 없다.
#1.
"인재를 얻는 자가 천하를 얻는다."
사마천의 <사기>에 기록된 한고조 유방의 말이다.
그는 항우와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자신은 소하, 장량, 한신같은 인재를 얻어 잘 활용하였고,
항우는 단 한 명의 인재인 범증조차도 제대로 쓰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인재의 중요성은 과거 역사에서만 적용되는 교훈은 아니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은 한 사람의 인재가 수십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지론으로 유명하다.
그는 2002년 사장단 워크숍에서 "200, 300년 전에는 십만 명이 군주와 왕족을 먹여 살렸지만
21세기는 탁월한 한 명의 천재가 십만 명의 직원을 먹여 살리는 인재 경영의 시대, 지적 창조력의 시대가 열린다"고 강조했다.
이후 이른바 'S급 인재(핵심 인재)' 영입은 삼성그룹 계열사 경영진의 지상 과제가 되었다.
#2.
'탁월한 한 명이 먹여 살리는 시대'임에도 많은 기업에서는 우수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굳이 인재전쟁(war for talent)이란 표현을 쓰지 않더라도 전세계 기업들이 역량을 갖춘 인재에 목말라하고 있다.
2014년 68개국 1,300여명의 CEO를 대상으로 한 PWC 조사에 따르면
50%가 비즈니스의 원활한 실행을 위해 향후 1년 내에 직원 수를 5%~8%까지 늘릴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반면 이런 긍정적 예측에도 불구하고 CEO들은 우수한 역량을 갖춘 인재를 확보, 배치하는데 점점 더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는 비즈니스를 실행하는데 주요한 위협 요소가 되고 있다..
(*17th Annual Global CEO Survey, PWC, 2014)
결국 기업들이 인재에게 요구하는 수준과 실제 구성원의 역량수준 간의 간격(Skill Gap)이 점차 커지는 모습이다.
2012년 미국의 구직자는 2,300만명에 이르는 반면, 채워지지 않은 포지션은 여전히 300만개 이상이나 있었다. (*US Labor Market, 2012)
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은 많으나 역량을 갖춘 인력은 부족하다는 의미이다.
이런 모습은 유럽의 베버리지 곡선(Beveridge curve)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베버리지 곡선은 빈 일자리(vacancy rate)와 실업률 간의 관계를 보여주는 곡선으로 두 비율은 서로 반비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2008~2009년 사이, 유럽에서는 빈 일자리는 줄어들고 실업률은 증가하는 일반적인 모습을 보인다.
반면, 2009년 4분기를 기점으로 빈 일자리는 늘어나지만 실업률도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미국 노동시장과 유사하게 우수한 인재를 필요로 하는 일자리는 상당 수 있지만 정작 그 일을 할만한 인재는 부족한 현상(Skill Gap)이 나타난다.
(* Source: EU27 Beveridge Curve 2008-2011)
#3.
미국, 유럽뿐만 아니라 다수의 한국 기업도 유사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국내 많은 기업들이 성장 정체를 극복하고자 해외 진출이나 신사업을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새로운 사업을 추진할 역량 있는 인재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공급되는 인력 수준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 많은 건설사들은 2000년 초부터 공격적으로 해외 사업을 추진하며 우수 인력 확보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원활하게 인력 수급이 되고 있지 않다.
흥미로운 것은 국내 공대 졸업생 비율은 전체 졸업생의 26%로 미국 6.0%, 영국 8.6%, 일본 19.6%보다 높다는 사실이다. (* 2020년 한국 건설산업의 주요 이슈 및 트렌드 예측, 2011)
공급 측면에서 인력의 양은 상당수 있다는 얘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설사간 스카우트 경쟁과 외국인력 수입 등 부족 인력 충원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
공급되는 인력의 양(量)뿐만 아니라 질(質)이 기대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질적인 인력 수급 불균형은 재무적 손실로 연결되기도 한다.
건설 물량을 수주하더라도 역량이 충분히 못한 인력이 투입되어 공사 기간이 늘어나고 품질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를 메우기 위해서 더 많은 인력이 투입되게 되고 결국 수익은 커녕 막대한 손실을 입기도 한다.
(*Source: 건설사, `어닝쇼크`, 매일경제신문, 2013.10.18)
패션의류 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신규 사업, 사업 다각화 등으로 저성장을 극복하려 하지만 전문 인력이 부족하여 원활히 사업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가 "신규 사업을 하고 싶어도 마땅한 전문 인력이 부족해 쉽게 나서지 못하는 업체들도 많은 것 같다. 젊고 참신하면서 실무 능력과 경험을 갖춘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할 정도로 우수 인력 기근이 심각하다.
(* Source: 사람은 많은데 정작 쓸 사람이 없다, 어패럴뉴스, 2008.3.17)
이제 기업에서는 더 이상 사람의 머릿수(Headcount)를 원하는 않는다.
지금은 역량의 시대이다.
사람이 보유한 지식, 스킬, 경험, 역량의 수준이 중요하다.
비즈니스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사람의 머릿수가 아닌 역량수준을 고려한 인력계획과 운영이 필요하다.